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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성화재 임피제 적법...“정년연장 했다면 대상조치 의무 없어”
글쓴이 관리자
날짜 2023.02.24 조회수 59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별도 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 강도를 조정하는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정봉기)는 삼성화재 전현직 근로자 3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19일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 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해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어 업무량이나 업무강도를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화재는 2014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했고 2016년 1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만 55세부터 정년까지 5년간 임금을 순차적으로 삭감한다는 내용이다.

정년연장 조치 없이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아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인 것이다.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보다 높은 연봉을 책정한 개별 연봉 계약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않았고 임금피크제 내용도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이라면서 무효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삭감, 근로자에 유리해"

지난해 5월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원의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임금피크제의 합리성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것은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 무효다. 이때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의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따른 대상 조치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확보한 재원이 제도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여부에 따라 살펴야 한다.

한국전자기술원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다. 임금 삭감에 따른 대상 조치가 적정하지 않았고 근로자가 입은 불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무효가 됐다. 그러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정년이 연장됨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도 수반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합리성이 인정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삼성화재 임금피크제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정년연장으로 얻는 이익이 임금 삭감으로 얻는 불이익보다 크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등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연장에 대응해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다"며 "특히 고용보험법령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해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다"며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정년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임금피크제가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년연장했다면 다른 대상조치 의무 없어"...선 그은 법원

특히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임금 삭감에 대한 추가 대상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점이 눈에 띈다.

재판부는 "정년연장에 연계해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해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며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해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합리성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임금 삭감에 따른 대상 조치'를 제시한 이후로 어느 정도 대상조치가 적정한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정 정년연장이 대상 조치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정년연장만으로도 대상 조치가 충분한지, 직무 변경이나 업무 강도 경감 등 별도 조치가 필요한지 명확하지 않아서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정년연장 외에도 업무 경감 등 실질적인 대상 조치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나온 판결례를 보면 정년연장만으로도 임금피크제의 합리성이 인정되고 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업무가 실제로 경감됐는지, 직무에 변경이 있었는지 따지지 않는다. 대신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 삭감은 불가피하고 임금 삭감이 결과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는 다르게 합리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한발 더 나갔다. 재판부는 사측이 정년연장 외 별도의 대상 조치를 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취업규칙, 일부 근로자에 불리해도 위법하지 않아"

재판부는 임금피크제를 규정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개별연봉계약을 적용해야 한다는 근로자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내용을 정한 개별 계약이 없어서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각 만 55세가 돼 임금피크제가 적용될 무렵부터는 회사가 제시한 연봉에 동의하지 않아 새로운 연봉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이 체결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근로자들은 새로운 연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이전에 체결한 계약이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봉계약에는 계약기간이 명시돼 있고 새로운 계약이 없을 때 이 계약이 갱신된다는 내용도 없었다.

취업규칙 변경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회사는 부서별로 임금피크제 시행을 알리고 평균 임금삭감률 등이 명시된 '취업규칙 변경 안내문'을 배포하고 동의서를 받았다. 그 결과 5447명 중 5031명이 동의했다.

재판부는 "다수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개개의 근로자들과 일일이 계약 내용을 정하기보다는 근로조건을 단체협약, 취업규칙에 정해 근로관계를 정형화하고 집단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 필요성도 인정된다"며 "집단적 동의 절차를 거쳐 변경된 취업규칙이 일부 근로자에게 불리하다는 사정만으로 사회통념에 반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측을 대리한 홍준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존에는 공단이나 공기업, 공기업 성격이 강한 기업의 임금피크제가 문제 됐다면 이번 사건은 사기업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이라고 본 판결"이라며 "특히 정년을 연장했다면 근로자에게 별도 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해야 할 회사의 법적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이레이버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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