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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법원 “저성과자 사회봉사 시킨 국민은행, ‘위자료’도 지급해야”
글쓴이 관리자
날짜 2023.04.25 조회수 58
저성과자 성과 향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회봉사를 시켰다면 위자료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회봉사를 강제하는 것은 근로계약상 정해진 업무 범위를 벗어난 지시로 위법하다는 이유다. 법원은 이전에도 저성과자에게 사회봉사를 강제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지만 저성과자 프로그램의 목적 등을 고려해 위자료 지급 청구까지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간 법원은 저성과자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넓게 인정해 왔다. 독후감 작성, 창업 교육 등 업무와 연관성이 떨어지더라도 사실상 퇴출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면 정당하다는 것이 기존 법원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사회봉사 강제가 업무와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위자료 청구까지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봉사를 활용해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제도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31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정봉기)는 KB국민은행 퇴직 근로자 A 씨가 회사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를 상대로 낸 인사발령 무효 확인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민은행은 인사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위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운영해서 A 씨에 대해 근로계약에서 예정한 직무범위에 벗어난 비자발적인 사회봉사활동을 사실상 강제하는 위법한 지시권을 행사했다"며 "비자발적 사회봉사활동 수행으로 인해 A 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회봉사해야 후선역 벗어나...도마 오른 저성과자 프로그램

국민은행은 2011년 성과 향상 프로그램을 도입해 이듬해부터 시행했다. 인사평가 불량자를 선정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성과 향상 대상은 인사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인사평가는 인적자원조사와 상대고과로 나뉜다. 인적자원조사는 상급자가 직무능력과 성격, 성향, 수준 등을 평가해서 점수를 부여하는 절대평가다. 상대고과는 동일경력자 간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인적자원조사 결과가 3년 평균 3.7 미만이거나 상대고과가 하위 10%에 해당하면서 인적자원조사가 3년 평균 4.0 미만이면 성과 향상 프로그램 대상이 된다.

성과 향상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되면 '후선역'이 돼 일선에서 배제된다. 후선역은 업무추진 실적이나 평가 결과 등에 따라 직위가 상향되거나 하향될 수 있다. 실적이 부진하면 대기발령도 가능하다.

후선역 평가기준에 따르면 이들은 3개월 단위로 평가를 받고 6개월마다 인사가 변동된다. 인사 변동 후에는 새로운 평가 주기가 시작되고 이미 반영된 실적은 평가에서 제외된다. 평가 지표는 사회봉사활동 50점, 연수 또는 자격증 취득 30점, 수익실정 평가 20점으로 100점 만점이다. 이 중 사회봉사활동은 징계 수위에 따라 다르게 부여된다. 감봉 3개월 이상 징계를 받은 경우 120시간, 감봉 6개월은 200시간, 정직 이상은 250시간을 수행해야 한다.

국민은행 퇴직자인 A 씨는 인적자원조사 평균 3.25점, 상대고과 82.14%로 성과 향상 프로그램 대상자였다. 그는 2012년 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후선역에 배치됐고 2018년까지 13번에 걸쳐 인사발령과 징계를 받았다. 사회봉사는 2013년 10월부터 2016년 8월까지 259회 수행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883시간이다.

A 씨는 회사의 인사발령이 성과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괴롭히기 위한 부당한 목적이라고 반발했다. 또 "영업점 배치 연수 종료 후 일괄 영업점에 배치한다"는 단체협약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인사발령 기간 삭감된 임금과 위자료를 청구했다.

노조에도 책임을 물었다. 회사가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다.

A 씨가 이번 소송에서 문제 삼은 것은 13번의 징계 중 2012년 5월에 이뤄진 세 번째 전보발령과 2016년 2월 복직 명령이다. A 씨는 이번 소송 제기에 앞서 11개의 인사발령과 징계처분에 대해서도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소송에서 법원은 A 씨에게 내려진 대부분의 인사발령이 정당하다고 봤지만 2014년 9월 이후 전보발령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근로자에게 비자발적 사회활동을 강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A 씨 손을 들었던 법원도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사발령이 무효라 하더라도 후선역 발령에 이르게 된 과정과 경위, 사회봉사활동 평가기준에 대한 규범적 평가 내용 등을 보면 국민은행이 오로지 A 씨를 몰아내기 위해 명목상으로만 업무상 필요를 내세워 발령을 했다거나 국민은행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재판부도 "대기발령이 무효이긴 하지만 국민은행은 저성과자의 업무능력 증진 등 목적을 위해 인사운영지침과 세부 평가기준 등을 정했고 이에 따라 장기간 인사관리를 해왔다"며 "A 씨의 이전 근무능력이나 근무태도와 관련된 징계처분도 수회 있었던 점, 대기명령은 그간 사정을 참작해 인사운영지침에서 정한 일련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하면 불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자료 청구까지 인정한 법원..."비자발적 사회봉사는 불법"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는 위자료 청구가 인정됐다. 비자발적 사회봉사를 시킨 것은 불법이고 이로 인해 A 씨가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위자료 청구가 인정된 것은 A 씨가 그간 제기한 소송 중 처음이다.

재판부는 "국민은행은 인사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위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운영해 A 씨에 대해 근로계약에서 예정한 직무범위에 벗어난 비자발적인 사회봉사활동을 사실상 강제하는 위법한 지시권을 행사했다"며 "비자발적 사회봉사활동 수행으로 인해 A 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후선역 평가기준 중 사회봉사 점수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평가기준에 따르면 사회봉사활동 점수는 총점 외의 부가적인 평가 점수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총점의 일부를 구성하고 그 비중이 대단히 높다"며 "다시 현업에 복귀하거나 적어도 근로관계를 유지하려는 근로자들은 사회봉사활동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봉사활동 수행 여부나 방식을 근로자 스스로 정할 수 있다거나 다른 평가항목에 비해 수월하게 이행할 수 있다고 해서 강제성이 다르게 평가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회봉사활동은 근로계약에서 예정한 범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의 내용대로 제공하는 근로를 어떻게 이용할지에 관한 자유와 재량을 가진다고 해도 이러한 지시권 행사는 법률 규정 또는 근로계약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며 "비자발적인 사회봉사활동 강제는 근로계약에서 예정한 은행원 직무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재판부는 "후선역 평가기준에 따르면 사회봉사활동은 3개월 단위로 새로 평가되고, 이미 평가에 반영된 사회봉사활동 시간은 다시 고려되지 않는다"며 "사회봉사활동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 가능성에 대한 제한이 없어 과중하고 징벌적 조치의 일환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해당 평가기준이 노조와의 합의로 도입됐다 해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노사 합의를 통해 사회봉사활동 항목을 평가기준에 포함했다고 해서 평가기준의 반사회적 측면이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A 씨가 사회봉사활동을 수행한 시간과 횟수, 내용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500만 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노조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했다.

인사발령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청구는 각하됐다. A 씨가 이미 퇴직한 이후여서다. 그러나 앞선 소송에서 무효로 인정된 2014년 9월 인사발령 이후 기간에 대해서는 국민은행이 A 씨에게 받지 못한 임금 450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회봉사 저성과자 프로그램'은 위법?..."제도 손볼 필요 있어"

법원은 일명 PIP(Productivity Improvement Program)라고 불리는 저성과자 성과 향상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해 왔다.

지난 1월 대법원은 SK하이닉스의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위법하지 않다고 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근로자들은 이 저성과자 프로그램의 내용이 성과 향상과 관련이 없고 퇴직을 종용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무효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로그램 대상자 선정은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프로그램을 통해 저성과자에서 벗어난 사례도 있어서다.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통한 해고가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 2021년 현대중공업 판결이다.

당시 법원은 현대중공업의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적법하다고 봤다. 근로자 측은 이 프로그램이 독서감상문 작성, 창업 교육 등 업무와는 무관해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 사실만으로 실질적인 퇴출 프로그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창업 교육은 직접적으로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더라도 그 시간 비중과 내용 등을 보면 퇴직을 촉구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는 사회봉사 강제가 불법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법원이 저성과자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폭넓게 인정해왔다 해도 업무와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을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교육 내용, 목적 등이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역량 향상과 무관하다면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간 법원의 일관된 태도"라며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비자발적인 사회봉사활동 강제는 원고와 피고 은행이 당초 근로계약에서 예정한 은행원으로서의 직무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보인다'고 판단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봉사명령의 정당성을 부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근로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것도 예측 불가능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 노동 전문 변호사는 "제대로 만들어진 저성과자 프로그램이었다면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이 기존 법원의 입장이고 근로계약관계는 종속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봉사의 경우 업무 관련성이 약해서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원이 비자발적 사회봉사의 정당성을 부정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희 교수는 "이번 사건 외에도 사회봉사를 역량향상 프로그램 중 일부로 활용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많이 있다"며 "이 경우 서둘러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형로펌 노동 전문 변호사도 "저성과자의 업무 내용을 사회봉사 위주로 대체하는 수준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양 측이 상고하지 않아 사건은 2월 9일자로 확정됐다.

출처 - 이레이버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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